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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영화 '인비저블맨' - 보이지 않는 것의 공포

by ゴゴゴ 2020. 3. 21.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설명할 수도 없고, 그러니 믿을 수도 없다. 믿지 못할 말일지라도 누군가 나서서 조금만 귀 기울여 들어주면 좋겠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사람들은 믿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경험이 되어 정신병 취급당하며 싸워야 한다. 타인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도 보이지 않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힘들다. 호러 명가 블룸 하우스와 유니버셜이 협업한 영화 <인비저블맨>은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는 한 여성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의 이야기다.


세실리아는 엘리트 남편 애드리안의 폭력과 감시 속에서 탈출. 그럼에도 그녀는 경계하고, 움츠러들며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일 테다. 이렇게 영화는 가정 폭력 피해자의 심리를 고스란히 세실리아를 통해 표현. 그런 그들이 맘 편히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방법은 가해자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남편 애드리안의 자살 소식을 그녀에게 전달. 그 뒤로 세실리아는 경계를 푼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낀다.



그렇게 영화는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 인간과 세실리아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 CG와 점프 스케어에 기대지 않은 채 그녀의 얼굴에 투영된 공포와 불안은 관객들에게 전달되어 긴장감을 극대화. 그 과정에서 영화는 카메라 앵글을 대칭으로 반복적으로 구성하는데 이는 공간의 깊이감과 동시에 몰입 그리고 세실리아의 고립을 표현하기 위한 것, 그녀가 응시하는 빈 공간의 시점 앵글은 뭔지 모를 것에 대한 불안과 긴장감을 부여. 그런 그녀가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직접적으로 죽음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 직접 보지 못했기에 이상 현상을 경험에 의지한 채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세실리아가 투명 인간이 있음을 확신한 순간부터 액션 스릴러로 장르를 변주. 그런데 투명 인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투명 인간이 아니다. 광학 슈트를 입은 최첨단 과학이 결합된 투명 인간이다. 이는 감독의 전작 <업그레이드>가 떠오르게 하며, 투명 인간이 그리 먼 얘기가 아닐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아니 이런 첨단 과학이 아니더라도 현실 속 투명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 바로 방관하는 자들. 세실리아가 잔인하고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된 사이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겪는 이런 모진 경험들에서 기시감이 든다. 그건 우리 사회에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방관한 채 벌어지고 있는 가정폭력과 비슷하기 때문일 테다. 이런 방관으로 인해 또 다른 가면을 쓴 가해자가 생긴다. 그렇기에 영화지만 현실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쾌감이 느껴졌지만 어딘가 찝찝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실존하지 않는 것이 아닌 나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 공포와 불안을 떼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은 세실리아가 내었던 단 한 번의 마주할 `용기` 그것이면 충분. 그저 방관만 한다면 연쇄 작용으로 인해 더 큰일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인비저블맨>은 세상의 모든 방관자들에게 외면하지 말라고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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